INTERVIEW & RECAP / EREVO UNION'25

INTERVIEW & RECAP / EREVO UNION'25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의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에레보 유니언을 기획하며, 에레보 정영철 디렉터가 자주 하던 말이다. 혼자만의 취미를 넘어, 연인과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카쇼. 그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소한 조건이 필요했다. 위험하지 않을 것. 밝은 낮에 열릴 것. 맛있는 커피가 있을 것. 그리고 자동차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아름다운 장면일 것. 동시에, 자동차를 사랑하는 이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디테일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을 것. 에레보가 소중히 여겨온 재료들을 모아, 2025125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에레보 유니언 2025’를 개최했다. 매해 이어가고자 하는 카쇼의 첫 장이었다. 행사를 마친 뒤, 정영철 디렉터와 그 시간을 조용히 되짚어보았다.

 

기억에 남는 카쇼가 있어?”

 

김송은 어릴 때부터 카쇼를 많이 다녔을 텐데,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쇼가 있어?

정영철 초등학생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모터쇼에 다녔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스스로 찾아다녔고. 코엑스에서 열렸던 할리우드 모터쇼도 기억에 남아. 영화 속 상징적인 자동차들을 전시했거든. 예술의전당에서 운송기기를 산업디자인의 연장선으로 다룬 전시도 인상 깊었고.

서울 모터쇼, 도쿄 모터쇼, 오토살롱은 꾸준히 봐왔고, 고등학생 때는 테헤란로 F1 시티런도 직접 봤어. 유학 시절엔 LA 모터쇼와 세마쇼에도 갔고. 하지만 카쇼에 대한 내 개념을 완전히 뒤흔든 건 2017년의 Luftgekühlt였어. 이름 그대로 공랭 포르쉐만으로 구성된 쇼였지. 정말 충격적이었어.

 

플랫폼이 된 자동차

 

김송은 나도 2022년에 처음 갔을 때, 한동안 멍하게 쇼장을 바라봤던 기억이 나.

정영철 그 충격을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루프트게쿨트에서는 공랭 포르쉐가 플랫폼이었어. 오너들의 취향과 미감이 표현되는 매개체였지. 튜닝쇼는 어느 순간 정답이 생기기 쉬워. 어떤 휠을 껴야 하고, 어떤 파츠를 써야 한다는 식으로. 그런데 루프트게쿨트에는 정답이 없어 보였어. 내 눈에 별로인 차도 있고, 정말 감탄이 나오는 차도 있었지. 그 다채로움이 좋았어. 오너들이 끊임없이 고민해온 흔적이 느껴졌거든. 쇼 자체도 표현주의적이었어. 분명한 미감이 있고, 정제되어 있고, 그들만의 이 있었어. 그게 정말 좋았지.

 

내 소중한 사람을 데려갈 수 있는가

 

김송은 나는 무엇보다 그 쇼가 세련되게 느껴졌어. 전시차를 조닝하는 방식, 선정 과정, 그리고 남녀노소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분위기까지. 멋쟁이 할머니가 사진을 찍고 있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가족도 있고.

정영철 그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갈 수 있는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여야 해. 그게 내가 에레보에서 추구하는 방향이야.

김송은 그 기준이 있다면, 쇼의 디테일도 자연스럽게 정해지겠네.

정영철 맞아. 모든 것을 최고로 만들 수는 없어도, 적어도 이 자리를 싫어하지 않게 만드는 기본선은 있어야지.

 

첫 번째 에레보 유니언의 목표

 

김송은 이번 첫 에레보 유니언은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어?

정영철 솔직히 말하면, “무사히 끝내자가 가장 컸어. 계획한 것의 절반만 실행한 느낌이었지. 하지만 남은 절반을 최대한 잘 보여주자고 생각했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어. 아쉬움은 남아. 더 잘할 수 있었고, 더 잘하고 싶었지. 그래도 지나고 보니 최선을 다했고, 사람들이 즐겨줬다는 사실에 만족해.

 

새벽의 불빛

김송은 당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정영철 여러 장면이 사진처럼 남아 있는데, 새벽에 준호 씨와 함께 LED 조명을 설치하던 순간이 떠올라. 아직 어두운 시간, 그는 사다리를 붙잡고 나는 올라가 조명을 달았지. 그 순간이 나에게는 진짜 시작이었어. 말 그대로 불을 붙이는순간이었지.

 

큐레이션이라는 말

 

김송은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아는 사람은 놀랄 차들도 일부러 넣었잖아. 그걸 알아본 관객이 많았어.

정영철 그게 기뻤어. “내년에 또 하면 무조건 간다는 후기를 보며 큰 위안을 받았지.

김송은 왜 이게 큐레이션인지 알겠다는 말도 있었어. 무작위가 아니라 의도가 있다는 걸 알아봐준 거지.

정영철 아무리 좋은 것을 가져다 놓아도,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지.

 

건더 웍스, 구심점이 되다

 

정영철 건더 웍스의 참여는 이번 에레보 유니언을 가능하게 한 기둥이었어. 그 브랜드와 차량이 있었기에 무게감이 생겼고, 관객이 집중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되었지. 건더 웍스를 직접 찾은 건 2022년 미국 출장 때였어. 오픈 하우스에서 세실리아를 처음 만났고, 그날 인스타그램에 언젠가 한국에 이 차를 전시하고 싶다고 썼지. 결국 그 말이 현실이 되었어. 이후 2025년 몬터레이 카위크에서 다시 만나 서울 전시를 제안했고, 그 시간들이 퍼즐처럼 이어져 에레보 유니언이 완성됐어.

김송은 정말 건더 웍스가 에레보 유니언을 시작하게 했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닌 것 같아. 준비 과정에서 엎어진 일도 많았고, 우리가 이걸 계속해야 하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들었던 순간도 많았잖아. 그런데 우리의 상황과는 무관하게, 건더 웍스는 끝까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주셨어. 당장 한국이 건더 웍스의 시장이 되기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 텐데도,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라 긴 호흡으로 결정을 내린 느낌이었어. 그게 정말 대단했고, 멋졌어.

이번 유니언을 준비하면서 세실리아 COO에게서도 많은 걸 배웠어. 어려운 순간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태도, 압도적인 카리스마, 그리고 흔들림 없는 추진력. 가까이서 보니 왜 건더 웍스가 그 위치까지 갈 수 있었는지 알겠더라. 그런 리더가 브랜드를 이끌고 있었으니까. 우리도 포기해야 하나 싶었던 순간이 정말 많았지. 갑자기 엎어진 일들, 사람의 감정으로 무너진 계획들. 마지막에는 폭설까지 겹쳤어. 종류별로 다 겪은 것 같아.

정영철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졌어. “끝까지 간다.” 눈이 쌓인 서대문 쇼장에서, 한남오거리에 폭설에 고립된 너를 데리러 가며 그렇게 다짐했지.

김송은 그때 급한 일들을 모두 멈추고 쇼장 주변에 직접 염화칼슘을 뿌리고 눈을 깨끗하게 쓸었지. 다행히 행사 당일은 따뜻하고 맑았어.

 

2026

 

정영철 2026년에도 유니언을 이어가고 싶어. 다만 포르쉐로 계속 갈지, 더 확장할지는 고민이야. 브랜드를 판매량이 아닌 유산으로 이해하는 문화는 아직 얕은 것 같거든. 함께 공유하는 사람들이 아직 소수니까 계속 고민하게 돼. Genesis의 움직임이 기대돼. 한국 브랜드로서 서울에서 해볼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해.

 

한 사람의 열정, 전염성

 

김송은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 에레보 공간 리뉴얼도 하고, 2년 넘게 참여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 리뉴얼도 오픈하고, 현대 모비스 팝업, 제네시스 마그마 프로젝트도 있었고그 과정에서 느낀 게, 큰 조직에서도 결국 한 사람의 열정이 중요하다는 거였어.

정영철 한 사람이 모든 걸 바꿀 수는 없지만, 한 사람에서 시작되지. 한 사람이 많이 무언가 흐름을 바꾸려면 조건이 있어. 그 열정을 전파해야 해. 주변이 설득되고 전염될 때, 전체가 움직임이 시작되니까. 한국은 면역력이 너무 강해. 쉽게 전염되지가 않아. 그래서 더 오래, 더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

 

 

아래에는 쇼장 깊숙이 들어가는 동선을 따라 에레보 유니언 2025의 사진들이 이어집니다. 

 

 

EREVO UNION'25  RECAP...

 

 

 

 

 

 

 

 

 

 

김송은

사진 심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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